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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남매 성장기

[이글루 만들기] 힘들게 만들어 놓은 이글루를 누군가 부숴놓았다

This Faith 2024. 8. 14. 01:43

겨울에는 눈사람과 이글루를 만들어줘야 한다.
왜냐고?
커다란 눈사람이나
아이들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이글루를 만들어 놓으면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사람이나 이글루를 만들려면 꼭 필요한 것이 있는데
바로 눈이다.
그것도 아주 많은 함박눈.

이글루를 만들고 있는 나와 작은아빠

자고 일어나 보니 어젯밤에 눈이 많이 내렸나 보다.
거리마다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눈이 많이 쌓여있다는 것은 눈사람이나 이글루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눈사람과 이글루 중에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이번 겨울에는 이글루를 만들기로 하자.
이글루를 만드는 방법은,
큼직한 눈벽돌을 만들어서 한층, 한층 쌓으면 된다.
벌써 1층을 쌓은 모습.

눈벽돌 만들기

이글루를 만들기 위해서는 눈벽돌이 필요한데
눈벽돌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이렇게 박스 하나를 구해서 비닐을 씌워주고,
그 안에 눈을 가득 채워 넣으면 된다.
눈을 가득 채워서 꾹꾹 눌러주면
튼튼한 눈벽돌이 완성되는 것이다.

눈벽돌을 만들고 있는 아빠

지나가던 야곱이가 잔뜩 쌓여있는 눈을 보더니 나에게 물어본다.
뭐 하고 계세요?
응~ 이글루를 만들고 있는 중이야.
재밌어 보였는지 도와주겠다며 눈을 담아주고 있다.

2층까지 쌓았군

열심히 눈벽돌을 만들고, 부지런히 쌓다 보니 어느새 2층이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아이들 키만큼은 만들어야겠다.

잠깐 기념 촬영

벌써 3층을 넘어 4층을 쌓는 중이다.
이 정도 속도면 오늘 안에 다 만들 수 있겠다.

3층까지 쌓인 이글루

속도가 조금 붙어서 금방 만들 수 있겠다 싶었는데 문제가 좀 생겼다.
아니, 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주위에 있는 눈이 다 떨어져 버린 것이다.
눈벽돌을 계속 만들다 보니 주위에 있는 눈을 다 써버렸다.

밤까지 이어진 작업

결국 다른 데서 눈을 공수해 와야 한다.
리어카를 하나 빌려서 동네에 있는 눈을 몽땅 쓸어온다.
동네에 있는 눈이 다 떨어지면 다른 동네에 있는 눈도.

다른 동네에 있는 눈까지 가지러 갔다가 와야 하니
그만큼 시간은 지체가 되고..
이런, 어느새 밤이 되어버렸네.

아이들 키 높이만큼 올라간 이글루

그래도 아이들 키 높이만큼은 쌓았다.
이 정도면 65% 정도는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중간 점검

이쯤에서 중간 점검을 해보자.
아치형으로 입구도 만들어야 하고,
위에 지붕도 만들어야 하니
이글루가 완공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작업에 필요한 눈의 양은 대략..
음.. 알 수 없다.
그냥 완성될 때까지 계속해서 열심히 만들기로 한다.

구경 나온 아이들

기쁨이와 충성이, 온유가 얼마나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서 나왔다.
그래도 아이들이 들어갈 만큼은 만들어져서 다행이다.

이글루의 입구

이글루의 문 앞에 쌓여있는 눈을 보라.
온 동네에 있는 눈을 다 가져오고 있는 중이다.
열심히 공수해 온 눈으로 이글루의 입구까지 완성!

이글루를 만들고 있는 아빠들

선웅이가 퇴근을 하고 이글루 만드는 것을 도와주었다.
심지어 선웅이 자동차의 트렁크에까지 눈을 실어서 나른 것이다.
이제 이글루가 거의 다 완성된 모습이 보인다.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드디어 끝이 보이는구나.
완성된 모습은 과연.

완성된 이글루

짜~잔!
밤을 꼬박 새워서 만든 이글루다.
조금 더 크게 만들었어도 좋았겠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훌륭하다.

이글루의 정면 모습

정면에서 본모습이다.
입구를 너무 크게 만들었나..?

다른 방향에서 본 모습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신기해하고, 아이들도 너무 좋아한다.
그래도 힘들게 만든 보람이 있다.

이글루 안에서

이글루 안에 들어가서 앉아 봤는데 
오~ 이 정도면 여기서 살아도 안 되겠다.
너무 좁고, 춥다.
그냥 잠깐 앉아 있기에는 괜찮은 것 같다.

잘 살아있는 이글루

만든 지 이틀이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튼튼하게 살아있다.
해가 나서 금방 녹아버릴 줄 알았는데 이 정도면 며칠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이글루 앞에서 사진 찍는 아이들

이글루가 다 녹아내리기 전에 이글루 앞에서 아이들 사진을 찍어 주자.
중간중간에 녹아내린 흔적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녹지 않은 채 그늘에 쌓여있는 눈을 가져다가 보수하면 되기 때문이다.

멋지게 잘 만들어졌다.

밤을 새워가며 힘들게 만든 이글루라 그런지 더 애착이 간다.
최대한 무너지지 않도록 잘 돌봐주자.

이글루 앞에서 온유

아이들은 여러 명도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보니 아주 좁은 느낌은 안 나는군.
적당한 크기로 잘 만든 것 같다.
너무 크게 만들려고 했으면 눈이 모자랐을 수도.

이글루 앞은 이렇게 넓다.

집 앞 놀이터에 만든 이글루라 언제든지 나와서 볼 수 있으니 좋다.
한동안은 이글루가 잘 있는지 확인하러 나와봐야겠다.
다행히 햇빛이 너무 비추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비춰주면서 그늘도 진다.
이 정도면 금방 녹지는 않겠는걸?

이글루 앞에서 하늘이와 기쁨이

단짝 친구인 하늘이와 기쁨이 사진도 기념으로 찍어주자.
이글루가 며칠이나 갈 수 있을까?
최대한 오래갔으면 좋겠다.

하지만 다음날 일어나 보니..


다 부숴져 있는 이글루

이글루가 다 부서져 있다.
누군가 일부러 부순 것이다.
이글루 안쪽에는 담배로 지진 흔적들과 바닥에는 담배꽁초가 몇 개 있었다.
지난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CCTV로 찍힌 장면

CCTV를 확인해 보니,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글루 안에서도 담배를 피우다가 담배빵을 한 것 같다.
담배를 다 피운 아이들은 이글루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
워낙 튼튼하게 만들어서 금방 부서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발로 차대니까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고 만다.

처참하게 부숴진 이글루

다시 보수하려고 시도도 해보았으나 눈이 부족하다.
앞쪽에 무너져 내린 눈벽돌들만 좀 치워주고,
다른 곳은 최대한 보기 흉하지 않게 정리를 해주었다.

왜 남들이 힘들게 만들어 놓은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수는 것일까?
그런 사람들의 심리가 궁금하다.
오랜 시간이 걸려 힘들게 만들었기에 더 뿌듯하고 기뻤는데,
동네 사람들도 아이들 데리고 나와서 사진 찍어가고 그랬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져 버리다니.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이글루야.

【17.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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