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은 석탄일이다.
집에만 있는 것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어디라도 나갔다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당일치기로 여행을 다녀왔다.
너무 먼 곳은 이동하는데 시간을 다 써야 하기 때문에
인근에 있는 곳으로 다녀올 계획을 세운다.
서울은 최근에 다녀왔으니까 이번에는 인천으로 가보자.
인천에 달동네 박물관이라는 곳이 있다.
집에서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고,
주위에 솔빛 송현근린공원도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느지막하게 나가 본다.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우물에 모여들었다.
한 명씩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길어 올려보더니
또 다른 곳으로 부리나케 구경하러 떠난다.
충성이만 남아서 열심히 우물물을 퍼 올리고 있다.
이곳은 옛날 담장처럼 꾸며진 곳이다.
과거에 살던 모습들을 여러 조형물과 시설들로 재현해 놓아서
옛 시대를 추억할 수 있게 해 놓았다..
담장 위에는 '낙서금지'라고 쓰여 있다.
옛날에는 담장이나 벽 같은 곳에 낙서를 하거나 그림을 많이 그렸던 것 같다.
담장 한쪽에는 '개조심'이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집집마다 마당에 개를 풀어놓고 키웠기 때문에 잘못하면 개한테 물린다.
박물관 외부도 잘 꾸며놓아서 구경할 것도 많고,
천천히 걸어 다니며 쉬기에도 좋았다.
5월 중순이라 꽃들도 예쁘게 피어 있었는데
날씨까지 좋아서 꽃들의 기분이 매우 좋은 듯했다.
우리 아이들은 흔들의자에 앉아서 잠시 그네를 탔다.
사랑이, 기쁨이, 온유, 충성이 넷이서 앉으니까 딱 맞다.
이제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 구경을 시작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옛날 의상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가족들 모두 옛날 교복으로 갈아입고 사진을 찍어 본다.
아이들이 옛날 교복을 입고 있으니 참 재밌다.
가방도 옛날 가방이다.
아마 아이들은 이런 가방을 처음 봤을 것이다.
인천의 달동네 모습을 그려 놓은 것 같다.
옛날에는 이런 집들이 많았다.
곳곳에 빨래도 걸려있고, 담장에는 벽지도 붙어 있다.
바닥에는 인천의 과거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인형들로 옛날 모습들을 재현해 놓은 것도 재미있다.
아이들은 이런 모습이 생소하겠지만
엄마, 아빠는 낯설지가 않다.
과거에는 이런 집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꾀죄죄하지 않아서 옛날 풍경과 함께 있으면 이질감도 든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잘 살게 되었고, 아이들이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는 뜻이겠지?
과거의 아이들과 비교할 때 살도 많이 붙었고, 얼굴도 깨끗하다.
지금 시대에 태어난 것이 아이들에게는 큰 축복일 것이다.
아빠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 뻥튀기 아저씨가 동네마다 있었다.
"뻥이요~"를 외치고 얼마 뒤에
"뻥!" 소리와 함께 과자가 쏟아져 나온다.
옛날 달동네 거리를 재현해 놓은 곳이다.
소화기는 그 시대의 것이 아니라 불이 났을 때를 대비해서 놔둔 것뿐이다.
과거에는 부엌이 외부에 따로 있었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솥단지에 밥을 했다.
아빠도 이런 집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
옛날 집들은 나무로 된 마루가 있었는데 여기에 걸터앉아 누워 있으면 저절로 잠이 온다.
한 여름에 이곳에서 수박을 먹으면 그렇게 맛있고, 시원할 수가 없다.
채널도 몇 개 없지만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던 텔레비전.
리모컨이 없던 시절이라 다이얼을 돌려서 채널을 바꾼다.
볼륨도 다이얼을 돌려서 조절했다.
옛날 방바닥은 왜 저런 노란색 장판이었을까.
벽지도 촌스러운 무늬에 신문지로 덧대어 놓았다.
놀이터가 따로 없었지만 온 골목이 다 놀이터였다.
이곳에서 술래잡기, 숨바꼭질, 비석 까기 등 갖가지 놀이를 하였다.
어린 시절에 이런 리어카 하나씩 끌고 다니면서
돈을 받고 태워주는 아저씨가 있었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에버랜드나 롯데월드라고 할 수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옛날 체험을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무슨 체험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지게를 지고 연탄을 나르는 체험도 해 보았다.
아이들은 연탄을 사용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연탄과의 추억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어릴 때 연탄을 때고 살았기 때문에 연탄과 관련된 추억이 꽤 있다.
연탄을 다 때고 나면 하얗게 변하는데 발로 차기도 하고, 부수며 놀던 기억이 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이 쓴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가 떠 오르는 것은 왜일까.
옛날 달동네는 이렇게 언덕배기에 있었다.
제일 꼭대기에 사는 사람들은 집까지 올라가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엄마와 함께 고무줄놀이도 해보고 있다.
뒤쪽에는 땅따먹기도 그려져 있고, 비석 까기도 보인다.
옛날에는 '보드게임'이라는 용어가 없었다.
'보드'도 외국어고, '게임'도 영어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어릴 때는 말판놀이라고 불렀다.
박물관 한쪽에는 모래밭도 있었다.
모래 놀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곳인데 아이들은 좋아라 하지만
과연 엄마, 아빠도 좋아할까?
박물관 구경을 끝내고 밖으로 나와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앗! 비가 내리는 것은 계획에 없었는데..
이러면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원래는 송현근린공원 등 다른 곳에도 가보려고 했었지만
비가 내리는 바람에 다른 곳은 가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곳에 가는 대신 달동네 박물관에 다시 들어와
옛날 교복을 입고 사진을 몇 장 더 찍어본다.
기쁨이의 오른팔에는 '선도'라고 쓰인 완장도 차고 있다.
고등학교 교복인데도 꽤나 잘 어울린다.
우리 아이들 중에는 껄렁하거나 불량스러운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다.
다들 순하고 모범생(?) 이미지라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가족들 다 같이 옛날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엄마와 아빠도 옛날 교복을 입고 있으니 10년은 더 젊어 보인다.
우리 아이들도 10년은 더 젊어 보인다.(?)
이렇게 오늘도 재미있는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휴일을 맞아 놀러 온 인천에서 가족들과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을 쌓는다.
【18.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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