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셋째 날.
3박 4일간의 여행 중 지난 이틀은 오사카에서 보냈고, 나머지 이틀은 교토에서 보낼 계획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가족여행을 위한 사전 답사이기 때문에 최대한 많이 둘러보려고 한다.
이틀간 오사카에서 신나게 놀았으니
(놀았다기보다 열심히 돌아다녔으니)
이제 교토로 가보자.
아침 일찍 체크아웃을 하고 교토로 가는 전철을 탔다.
사명을 다한 오사카 주유패스는 더 이상 쓸 수 없었기에 560엔을 내고 표를 끊어야 했다.
전철을 타고 가는 길에 보이는 바깥 풍경은 뭐랄까..?
참 일본 스러웠다.
뭔가 깨끗하고 평온해 보이는 아침이다.
셋째 날에는 아라시야마, 텐류지, 치쿠린, 기요미즈데라, 기온거리, 니넨자카 산넨자카, 교토타워를 갈 생각이다.
셋째 날 일정도 빡빡하니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
가와라마치역에 도착한 나는 먼저 46번 버스를 타고 숙소에 가서 짐을 풀었다.
오사카에서는 주로 전철을 타고 이동했었는데
교토에는 전철이 없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교토가 우리나라로 치면 경주와 같은 포지션의 도시라
옛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전철 노선을 만들 수 없었던 것 같다.
어차피 교토에 있는 동안 버스를 많이 이용해야 하니까 주유패스를 사도록 하자.
주유패스가 있으면 교토에서 버스를 무한대로 이용할 수 있다.
이제 아라시야마로 가야 하니까 59번 버스 종점까지 가서 11번 버스로 갈아타자.
11번 버스를 타고 아라시야마에 도착했는데 지나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였다.
아니! 이것은 아라시야마에서 유명한 녹차 아이스크림이 아니던가.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하나 사 먹었다.
(녹차 아이스크림이 아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샀지만)
일본여행을 하면서 맛있어 보이는 길거리 음식은 죄다 사 먹어 보았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서 마음껏 사 먹었는데
잠깐! 200'원'이 아니라 200'엔'이잖아!
일본여행을 하면서 간식을 마음껏 사 먹었을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환율차이 때문에 마치 가격표에 '0'이 하나 빠져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엄청 싼 줄 알고 이것저것 사서 먹다 보면 한국돈으로 200원이 아닌 2000원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챈다.
사실 2000원이라고 해도 관광지에서 그 정도 가격은 싸다는 생각이 든다.
치쿠린으로 가기 전에 일본을 대표하는 선종 사찰 텐류지(천룡사)에 먼저 들렀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사찰 규모가 꽤 컸는데 붉은 도리이 너머로 하치만구 신사가 보인다.
대보살을 모시고 있다고 하는데 굳이 안 들어가 봐도 될 것 같으니 패스하자.
텐류지에서 단풍 구경을 실컷 했는데 붉게 물든 가을 단풍이 정말 예뻤다.
교토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아라시야마라고 하는데 그 말이 실감이 났다.
이때가 11월 30일이었는데 늦가을인가? 아니면 초겨울?
11월이니 아직은 가을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생각하는 가을은 9월, 10월, 11월이다)
(그럼 겨울은? 12월, 1월, 2월이지)
텐류지를 구경하고 도게츠교를 건너면 치쿠린으로 갈 수 있다.
도게츠교는 '달이 건너는 다리'라는 뜻인데 가메야마 천황이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 다리를 중심으로 상류는 호즈강, 하류는 가쓰라강(가츠라강)이라 부른다.
상류와 하류의 강이름이 왜 다른지 모르겠다.
옛 귀족들이 이곳에서 뱃놀이를 하며 단풍을 즐겼다고 하는데
정말 유유자적하기 딱 좋은 곳이다.
가만히 앉아서 풍경만 바라보고 있어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랄까.
아라시야마가 힐링 여행지라고 소문이 나서 그런지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지나가는 곳곳마다 길거리 음식을 팔았는데 너무 맛있어 보여서 사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중에 당고가 제일 맛있어 보이길래 하나 사서 먹어봤는데 동글동글한 것이 참으로 맛있고만.
당시 1개에 160엔이었으니 비싸다고 생각되는 가격은 아니다.
참! 아라시야마 맛집인 사가노유 카페도 꼭 들려보자.
대나무들이 정말 멋들어지게 솟아 있는 치쿠린에 왔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3대 대나무숲이 있는데 치쿠린도 그중에 하나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찍으니 이 아름다운 풍경을 다 담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스마트폰에 다 담을 수 없는 치쿠린의 풍경을 DSLR로 찍어보자.
DSLR로 찍어도 치쿠린의 아름다움을 다 담을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어쩔 수 없이 눈에 담아서 갈 수밖에..
아라시야마에서 다시 교토로 넘어왔다.
원래 일정은 기요미즈데라를 먼저 가는 것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기온거리를 들렀다가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로 오게 되었다.
산넨자카와 니넨자카는 넘어지면 안 되는 계단을 말한다.
산넨자카에는 46개의 돌계단이 있는데 여기서 넘어지면 3년 안에 죽는다는 전설이 있다.
혹시 이곳에서 넘어지더라도 3년 안에 죽을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 3년, 6년, 9년 계속해서 연장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도 당고를 팔기에 하나 사 먹었다.
어? 아라시야마에서는 다섯 알이었는데 이곳은 네 알밖에 없네.
한 알은 중간에 누가 빼먹었나 보다.
산넨자카에서 넘어지면 3년 안에 죽는다고 했던가.
니넨자카에서 넘어지면 2년 안에 죽는다고 한다.
산넨자카에서도 넘어지고, 니넨자카에서도 넘어지면
둘이 합해져서 5년으로 늘어나는 것일까?
교토의 랜드마크인 기요미즈데라(청수사)는 빼먹지 말고 와 봐야 한다.
입장시간이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이니 조금은 서두르자.
그렇다고 너무 일찍 오는 것보다 노을이 지는 저녁쯤에 오는 것이 좋겠다.
입장권은 400엔이다.
교토도 오사카처럼 주유패스가 있으면 좋으련만.
아래쪽에 긴 줄이 보이는데 오토와 폭포 때문이다.
오토와 폭포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마시려고 줄을 서 있는 것이다.
오토와 폭포(오토와 노타키)의 3갈래 물은 각각 건강, 사랑, 학문을 상징한다.
이 물을 마시면 해당하는 상징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3개의 물을 다 마시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다고 하니 조심하자.
2개까지만 마셔야 효과가 있다나.
기요미즈데라(청수사)에서 보는 노을과 단풍이 참 예뻤다.
한 번쯤은 와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에 보이는 본당 무대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진 곳이다.
저곳에서 뛰어내린 후에 살아남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그냥 전설이다)
그래서 "기요미즈데라의 무대에서 뛰어내리다"는 속담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죽을 각오를 한다는 뜻이다.
저녁을 먹으러 교토역 앞에 있는 포르타 다이닝에 왔다.
1897년부터 영업을 한 동양정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대기하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
조금 기다렸지만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서 주문을 받는 중이다.
무엇을 먹을까?
사실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 일본여행을 오기 전에 미리 만든 여행집에 보면,
셋째 날 저녁으로 포르타 동양정에서 함박스테이크를 먹기로 이미 계획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한 대로 맛있었다.
가격은 1320엔.
저녁을 맛있게 먹고 식당을 나오니 바로 앞에 교토타워가 있었다.
네온사인 계단에서 사진을 찍고, 교토타워를 구경했으니 오늘의 일정도 끝이다.
오늘의 일정을 잘 마친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이곳이 바로 교토에서 1박을 할 게스트 하우스이다.
옷도 갈아입었으니 피로도 좀 풀 겸 사우나를 하고 와야겠다.
게스트 하우스 근처에 있는 후나오카 온천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유명한 온천이 아니라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는 평범한 온천도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온천으로 가는 길에 조그마한 가게가 있었는데
양고치가 맛있어 보이길래 하나 사 먹었다.
옹?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맛있는 것이다.
내가 일본에서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맛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
온천에 가기 전에 하나 사 먹고, 목욕을 하고 나와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또 들린다.
교토에 있는 동안 몇 번 더 갔었는데 타코야키도 정말 맛있었고,
사장님이 엄청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 양꼬치맛이다.
【1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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