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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s Family

└ 10년 연애 + 결혼 17년차

[삐삐]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회사원인 아내에게 연락하는 방법

This Faith 2023. 5. 18. 08:11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중학생이었고, 아내는 대학생이었다.

2년 동안 짝사랑으로 있다가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연애를 시작했는데
당시에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개인 휴대폰도 흔치 않았던 시절이었기에
회사를 다니고 있는 아내에게 연락할 방법이 딱히 없었다.

물론 손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우편으로 보내면 며칠이 지나야 받아볼 수 있었고,
세월아 네월아 기다려야 했기에 바로바로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그때 유용하게 썼던 것이 바로 '삐삐'다.

내가 썼던 다양한 삐삐들

아내와 10년을 연애하는 동안 연락하는 방법도 참 다양했는데
손 편지로 연애를 시작하고, 고등학생 때는 삐삐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내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핸드폰을 샀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주로 핸드폰 문자 메시지로 연락했다.
Daum(다음)이나 (Naver)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가 생기면서 E-mail로 메일을 주고받기도 하고,
카페가 유행을 하자 개인 카페를 만들어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연락을 주고받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었지만
고등학생 시절에 삐삐로 연락하던 그때의 감성은 잊을 수가 없다.

삐삐의 뒤쪽

삐삐의 뒤쪽에는 바지춤에 끼울 수 있도록 집게가 달려있었는데
바지 주머니나 바지춤에 끼우고 다니면 당시에 이만한 간지템도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저 체인으로 한번 더 바지 주머니에 걸고 다녀보라.
삐삐 하나만 있어도 어디 가서 꿀리지 않던 시절이다.

삐삐 연락 방법

삐삐로 글자나 이모티콘을 보낼 수는 없었다.
그저 숫자를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상대방 번호를 누르고, 숫자를 입력하면 조그마한 액정에 내가 입력한 숫자가 뜬다.
숫자는 다양한 암호를 나타내는데 '8282'라고 보내면 '빨리빨리'라는 뜻이다.

삐삐 암호표

그래서 당시에 이러한 삐삐 암호표도 존재했다.
045 : 빵사와
0179 : 영원한 친구
100 : 백(back) 돌아와
등등 연애와 관련된 암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끼리도 삐삐로 소통하고는 했다.

삐삐 암호표

이런 암호표를 보고, 숫자를 입력해서 보냈는데 
문제는 상대방도 암호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꼭 암호가 아니더라도 자신을 나타낼 수 있는 번호를 보내면 된다.
핸드폰 번호, 집 번호, 미리 약속한 번호 등.
내가 연락했다는 것을 상대방이 알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내의 삐삐

고등학생이던 나는 삐삐가 없었기 때문에 아내의 삐삐를 같이 썼다.
삐삐에는 음성 사서함 기능도 있었는데
고등학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매점 옆에 있는 공중전화를 이용해서
아내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기던 추억이 생각난다.
아내도 회사에서 나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겨놓거나 숫자를 입력해서 하고 싶은 말을 남겼는데
고등학생 때 아내의 삐삐를 가지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삐삐를 보고는 다들 부러워했다.

삐삐 케이스를 열면 거울이 보인다

아내가 쓰던 삐삐는 다른 삐삐와는 다르게 생겨서 더 애착이 갔다.
이렇게 케이스가 있는 삐삐는 흔하지 않았다.
케이스를 열면 거울도 볼 수 있는 삐삐였다.
지금은 없어진 번호이지만 앞자리 번호가 012, 015, 019 등으로 시작했던 삐삐.
지금은 SK, LG, KT 등의 통신사가 있지만 당시에는 나래이동통신, 한국통신, 서울이동통신 등
지금 들으면 생소한 통신사가 존재했었다.
그러고 보니 삐삐를 사용하던 시기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간 과거의 일이다.

삐삐가 언제 울리나 수업 시간 내내 삐삐만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했고,
쉬는 시간마다 공중전화에서 음성메시지를 남기기도 했고,
아내의 목소리가 듣고 싶을 때면 사서함에 보관해 놓은 음성메시지를 듣기도 했다.
그것도 90년대 말(세기말)까지의 추억이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대부분의 삐삐는 사라져 버렸고,
지금은 삐삐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아예)

그래도 잠시나마 삐삐라는 매개체를 통해
아내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재미있게 연애를 했던 추억이 있어서 참 좋다.
지금도 모아놓은 삐삐를 보면 그때의 추억들이 떠올라서 기분이 좋아진다.
추억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계속해서 좋은 추억들 많이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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